기업용 소프트웨어, 모르고 쓰면 '독박' 쓴다
최근 소프트웨어(이하 SW) 저작권 문제가 기업에서 큰 화두다. 일부 기업에서는 라이센스 하나만 구매해 많은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불법행위를 하는가 하면, 기업에서 실수로 저작권을 위반하는 일도 있다. 특히 각 SW 제작사마다 라이센스 정책이 다르며, 이용 약관도 복잡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많아 SW 설치 시 주의가 필요하다. 공개SW라도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뀌는 일도 있으며, SW 설치 시 다른 SW가 함께 설치되며 저작권을 위반할 수도 있다. 저작권법을 보면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SW 제작사와 저작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막으려면 다음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공개SW가 기업까지 공개인지 확인해야 한다
공개SW 사용 시 개인에게만 공개인지, 기업에도 공개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컴오피스(이하 한컴) 뷰어는 개인 사용자와 공공기관은 별도 절차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이나 단체는 사용 승인 신청서를 작성해 한컴에 제출해야 한다. 즉 기업이 HWP 파일을 보려면 한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MS 오피스 뷰어가 개인 및 기업 모두 무료인 것과 대조적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이스트소프트 알툴즈(AlTools)도 개인 공개범위와 기업 공개범위가 다르다. 개인 사용자는 알집, 알씨, 알약, 알마인드 Lite 등 모든 알툴즈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알송, 알툴바, 알캡처 세 가지다. 이외에 알집, 알씨 등을 사용하려면 기업용 알툴즈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하며, 백신 프로그램인 알약은 이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기업 무료지만 사용 대수를 제한하는 SW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백신 프로그램인 MSE(Microsoft Security Essentials)는 소규모 기업에서 최대 10대의 장치에 설치할 수 있으며(윈도 정품 필요),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함께 설치되는 소프트웨어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 무료SW라도 설치 및 업데이트 시 함께 설치되는 SW(개인 무료, 기업 유료)를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무료인 알툴바를 설치하면, 설치 종료 후 기업 유료 SW인 알약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기업 사용자가 이를 해제하지 않고 설치를 진행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툴바는 SW 추가설치를 유도하지는 않지만, 툴바 기능 중 PC치료를 사용하려면 네이버 백신을 설치해야 한다. 네이버 백신은 개인 사용자에게만 무료이니 기업에서는 설치하면 안된다.
제조사의 라이센스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SW 제조사의 라이센스 정책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기업 무료던 SW가 어느세 개인 사용자에게만 무료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픈캡처'사건이 이런 유형이다. 오픈캡처는 대표적인 캡처프로그램으로, 2003년 출시 이후 모든 사용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12년 2월부터 라이센스 정책을 바꾸며 기업, 단체,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에서 사용 시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 대부분 기업 사용자들은 유료 버전으로 업데이트 시 이용 약관이 변경된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사용하다 오픈캡처와 저작권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년간 무료로 사용해온 프로그램을 궂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약관 내용 변경을 확인할 이유가 없으며, 자동 업데이트 시 나타나는 이용약관도 지난 9년 동안 해온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동의'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라이센스 정책이 변경된 다른 사례로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 있다. 알집 4.92 버전 이전에는 라이센스에 대해 이용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에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후 버전부터는 라이센스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한다.
라이센스 구매한 기업용 SW도 주의 필요
라이센스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유형으로 표시한 계약서, 이메일 등을 분실하면 제품 사용권리에 대한 증거를 분실한것과 같다. 만약 라이센스를 분실한 뒤 SW 제작사에게 이를 증명받지 못하면 결국 구매하지 않은 것이 된다.
라이센스 조건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라이센스 계약서 내용이 워낙 길고 복잡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이를 잘 숙지하지 않아 계약 조건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관리 부실로 사용범위를 넘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대의 PC에서만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는데, PC를 새로 구매하면서 추가로 SW를 설치할 경우 계약 위반이 된다. 이는 일부러 조건을 위반한 것이 아니지만 결과만 봤을 때는 위법행위다.
SW산업은 지식산업의 꽃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SW 저작권은 이런 지식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개발자의 창작 욕구를 일으킨다. 한편으로 지나친 저작권 정책은 무료 SW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앞서 말한 오픈캡처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정책으로 SW를 공급해야 하며 기업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SW를 사용해야 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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